心心할 때 보는 심리학 – 쉼 없이 달려온 ‘불안한’ 당신에게

3143

   성장의 동력으로서 당신의 삶을 이끌어온 불안에 대하여

6월 29일, 성적 발표를 끝으로 2022년의 한 학기가 지났다.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있었는가. – 첫 시작의 설렘으로 도전하던 열정의 순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꿈을 잃지 않으려 버티고 견뎌온 기다림의 순간, 세상일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던 심연의 순간, 매 순간의 나를 온전히 버티고 기다려준 고마운 인연들과의 행복한 순간까지. 다사다난했던 이번 한 학기도 정말 무수한 시간들을 굳건히 견디고 버틴 당신에게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고, 누구도 그 이상 잘 해내지 못할 거라고 따스한 격려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2022년, 한 해의 반 동안 정말 애썼다. 모든 것을 잘 해낼 수는 없었지만, 최선이었기에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당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성장의 동력, 불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더 나은 무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자신을 가장 잘 알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언제나 발전의 필요성을 느낀다. 마음의 불안은 언제나 우리에게 성장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필자 역시 불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사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고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필자는 불안을 동력으로 살아왔다. 불안은 필자에게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예리한 조언자였기에 불안이 건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직면하자 감히 해내리라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다. 오늘은 각종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안이 사실상 우리에게 기여하는 바에 대하여, 그리고 마음의 불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방법에 대하여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다. – 불안의 순기능에 대하여.

감정, 마음의 신호

국경을 초월한 인류 공통의 기본 정서가 있다. 그 이유인즉슨,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과 정서가 초기 인류의 환경 적응을 돕는 ‘진화된 심리적 기제’로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즐거움은 개인에게 만족감을 줄 뿐 아니라 집단 내 협력의 촉진제로 발전해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유쾌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 역시 집단의 영속성 증진과 사회 진출 등의 생존에 유리하므로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즐거움의 정서는 인간에게 행동을 지속해도 좋겠다는 OK 사인으로서 남아 작용한다. 반면, 공포는 위험에 처했을 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신호이며 고통과 슬픔 역시 한 개인이 부정적 상태에 있음을 시사한다. 고통은 건강과 같은 개인의 내부적 악화를, 슬픔은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갈등을 반영한다. 이처럼 감정은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상황을 예측하고 적응적 행동을 독려하는 일종의 ‘신호’로서 존속되어왔다.

감정을 이러한 신호의 관점에서 보면, 불안 역시 위험 상황에 대한 행동적 감각이다. 즉, 인류는 적정 수준의 불안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발생가능한 위험 상황을 보다 자세히 예측하고 파악하여 미래의 위험에 대해 더욱 견고한 준비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면 비교적 생존 위협이 적은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우리에게 어떠한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무언가하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불안한 이유

심리학의 구분에 따라 우리의 삶을 안전지대(comfort zone), 학습지대(learning zone), 공포지대(panic zone)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안전지대 (comfort zone) : 발생하는 위험 정도가 낮아 안전지대에서 개인은 대체적으로 모든 일 제어할 수 있으므로 심리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낌. 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추구하는 바가 없으므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짐.
– 학습지대 (learning zone) :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서 제시하는 최적의 스트레스 수준이자 최적의 성능 구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 위험이 예측되지만 흥미로운 도전과 배움의 지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상황 분석을 통해 개인은 상황에 대응하는 행동 방식을 결정함.
– 공포지대 (panic zone) :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서 생산성이 줄어들 정도의 압박감으로 인한 과도한 각성 수준을 대표함.
*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

: 각성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수행 능력이 향상되지만, 각성의 정도가 과도한 수준으로 증가하면 스트레스(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심리적 압력과 성과 간의 경험적 관계법칙.

“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불안해야 한다.” – M.Heidegger

매일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선후배 동기들과 소통하는 반복된 소일거리로 우리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렇게 안전지대에서 반복되는 우리의 루틴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알차고 정신없는 하루를 만들어준다. 편안하고 익숙한 안전지대에서의 삶은 최소화된 위험 수준으로 순탄하지만, 안정감과 익숙함에 도태되어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하던 가치로 구성된 ‘본질적인 삶’에서부터 멀어진다. 이때 불안은 우리가 안전지대를 탈피해 적정한 수준의 최적 스트레스(학습지대) 구간에서 생산성과 변혁을 추구하는 자극제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의 무수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의 위험을 의식했거나 이제는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제대로 내 인생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라는 도약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을 연료로 사용하는 법 ; 불확실성의 불안에 잠식되지 말고 감정이 보내는 신호(sign)받기

불안을 성장의 동력이자 연료로 사용하려면 적정 수준의 인지와 관리가 필요하다. 전술한 대로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 따르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는 오히려 과도한 압박감 속에 무력감을 야기하므로 생산성을 낮춘다. 따라서 불안을 학습지대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CBT)의 원리를 경험적 사실의 근거로 할 때, 불안 활용하기의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C)이 전하는 이면의 신호 파악하기(B)’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사고의 결과물’(C)로 보아 개인의 왜곡된 비합리적 신념과 부적응적인 믿음(B)에 개입하여 수정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즉, 특정 감정은 어떤 상황이나 대상 그 자체(A)가 우리를 동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일련의 사고과정을 거쳐 그 상황과 대상(A)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상황(A)에서 불안을 느낀다면, 그 상황 자체(A)를 불안(C)의 근본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불안하다고 느끼는 우리 내면의 흐름(B)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상황으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필자의 경우, 해야 할 일이 파악되지 않을 때(A) 불안감(C)을 느낀다. 필자가 불안감을 느끼도록 하는 생각은 ‘매사에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 ‘실수는 대체로 기회를 박탈한다.’ 라는 과도한 비합리적 신념과 부적응적 믿음(B)이다. 이처럼 불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불안 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두려움이 만들어낸 과도한 비합리적 신념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는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구분하여 깔끔하게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앞의 예시에서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파악한 후 하나씩 이행하는 것’이며 할 수 없는 것은 ‘맡은 모든 일에서 완벽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필자는 불안감(C)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불확실성의 위험성’과 ‘완벽에 대한 과도한 욕망’(B)을 자각하여 불안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해야 할 모든 일을 정리하고, 이러한 파악을 바탕으로 완벽한 성과에 대한 욕심 없이 그저 차근차근 일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불안을 개선의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신이시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담담히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언제나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Reinhold Niebuhr의 <평온을 비는 기도> 중에서 –

<참고 문헌>

• 이시카와 마사토.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
• 피터 홀린스. <어웨이크>.
• 황양밍, 장린린. <심리학이 불안에 답하다>.
• 논문 : 오강섭(2017).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의 불안 및 불안장애. 대한생물정신의학회
• 논문 : Alasdair White(2009). From Comfort Zone to Performance Management

[취재 : 학생기자 함지윤]

 

© CHA University – 상업적 무단전재ㆍ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