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건강한 음식을 신경 써서 먹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마음 편히 먹고 싶은 것 먹는 것 중 어떤 게 건강에 나을까요?
환자들 중에 종종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푸드테라피에 있어 음식과 영양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건강인데요. 이와 관련해 스트레스와 감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구나 화가 난 상태에서 급하게 식사했을 때 체하거나 속이 안 좋았던 경험, 한번쯤은 있을 거예요. 화가 난 상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우리 몸은 싸우기 위한 전투 준비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표현되는 방식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화가 나면 본능적으로 공격적으로 되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신경계와 호르몬은 본능적으로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화 관련 기능과 면역 기능은 저하됩니다.
화가 나면 변화하는 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
우리 몸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는 서로 반대 작용을 하는 자율신경계가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위, 소장과 같은 소화기관에 위치해 소화기관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특히 소화 기능은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 신경의 영향을 받는데 부교감 신경은 우리 몸이 편안하고 느긋할 때 활성화됩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것은 부교감 신경이 아니라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이 빨리 뛰어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빨리 공급해줍니다. 호흡도 빨라져 혈액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며,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 몸에 저장되어 있던 당을 끄집어 내어 근육이 에너지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제공해줍니다. 반면, 싸움과는 당장 관련이 없는 소화 기능과 면역 기능의 스위치는 일시적으로 끄게 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과 혈당이 올라가고 심박동 수, 호흡은 빨라지는 대신 면역력은 약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야 소화가 잘되는 이유
이처럼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좋은 영양소를 얻을 수가 없게 됩니다.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또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각종 질병의 원인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면역 기능이 떨어집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편안한 상태에서 먹느냐, 아니냐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면역과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도입부에 언급한 환자들의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무엇보다 마음이 편한 게 가장 중요하다. 음식에 신경을 써서 건강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까지 완벽을 추구하지는 말라”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 세 끼 중 한 끼만이라도 건강한 밥상으로 아래의 방법들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소화를 돕는 올바른 식사법
1.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을 보지 않고 식사에 집중하기
다른 생각하지 않고 씹고 마시고 맛을 느끼는 것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식사에 집중합니다. 음식의 원래 맛을 느낄 수 있어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게 되고, 빨리 먹거나 과식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식사에만 집중함으로써 잡념을 없애는 효과도 있습니다.
2. 편안한 식사 분위기 만들기
조명이나 식탁보를 바꾸거나 그릇을 새롭게 구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편안한 음악을 틀어놓거나 꽃 한 송이를 올려보기도 하며 기분 전환을 합니다. 그렇게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일상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이러한 작은 변화가 기분의 변화, 면역력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3. 식사 기도
종교와 상관 없이 식사 전에 잠깐이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이 어떠한 마음으로 식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과 영양소가 달라집니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식사 시간만이라도 우아하게, 편안하게, 느긋하게 지내보는 게 어떨까요?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잠깐이라도 스스로를 대접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셈이고,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조 : <음식이 약이 되고 약이 음식이 되어야> 건강과 치유를 위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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