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스무 살의 ‘교수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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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인 교수님께서 겪으신 대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 속에서의 여러 시행착오와 경험을 나누기 위해 이번 특집을 기획했다. 우리가 궁금했던 그때, 그 시절, 스무 살의 교수님을 만나보는 특집의 n번째 ‘교수님’은 심리학전공 김하나 교수님이다. 불안과 선택의 연속인 대학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이야기를 통해 차 의과학대학교 학생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자 한다.

Q1. 대학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학생 김하나로서, 인간 김하나로서 교수님을 소개해 주세요.

여러분들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대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들떠있고, 너무 많은 기회와 도전 앞에서 조금은 두렵고,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인생이 신기하면서도 불안한, 또 미숙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싶어 하는 보통의 청춘이었던 것일 듯합니다. 돌이켜보면 젊었을 때는 지금보다는 더 많이 웃고 깔깔거렸던 거 같아서 왠지 모르게 반성하게 되네요.

Q2. 교수님께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신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을 받으니 대학교 1학년 때 첫 수업이었던 대학국어 교양의 교수님이 떠오릅니다. 곧 정년퇴직을 앞둔 국문학과 교수님이셨는데, 대학에 갓 입학한 저희를 앞에 두고 ‘청춘은 빛나지만, 나는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하셨죠. 그땐 무슨 말씀인가 했는데 이제는 알겠네요. 저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치열함과 혼돈과 불안을 견디고 작게나마 세상에 내 자리를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네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돌아간다면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해볼 듯합니다. ‘나는 절대 못 해’라거나 ‘이걸 하려면 이러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해’라는 생각에 미루던 것들을 해보고 싶을 듯해요. 예를 들면 해외 취업을 준비해서 도전하든, 쫄딱 망해보더라도 창업에 도전하든, 어설퍼도 춤이나 노래를 배워보든지 등등이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앞뒤 재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찍먹으로라도 다 해보려고 할 듯합니다.

Q3. 현재는 그때와 달라진 생각이나 태도의 변화가 있으신가요?

바로 위 질문과 닿아 있는데요, 내 딴에는 엄청나다고 생각하고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인생은 별로 망하지 않더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제 경험을 통해서도 느끼고, 또 상담을 배우고 일하며 내담자들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어요. 대학생 때의 저는 세상이 신기하고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거대하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던 듯해요. 타인 앞에서 실수할까 봐,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내게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지 못할까 봐 잘하려고 애쓰고 조심했던 모습들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에 어려운 시기와 순간이 없을 수 없고, 그래도 괜찮으며, 사람은 넘어져도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물론 그렇다고 힘든 게 안 힘들어지는 건 아니지만요. 제가 만났던 내담자들도 각자의 어려움을 견디고 결국 원하는 삶을 찾아 나가는 것을 목격했고요. 그러니 무언가 잘못될까 다칠까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고 행동해도 괜찮다고 하는, 아주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된 듯합니다.

Q4. 20대 시절, 교수님의 대학 생활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프랑스어 교양을 들었는데, 당시 강사님께서 ‘프랑스에서는 11월에 매해 새로 나온 포도로 담근 와인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마신다’라며 와인을 사 오셔서 수강생들과 함께 나눠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너무 주류(main stream)에 편승하기 싫어 불어를 전공으로 택했는데,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낭만이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Q5. 20대 시절, 교수님이 가장 몰두했던 일이나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돌이켜보면 심리학 전공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 듯해요. 다만 저는 심리학이라는 게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가 궁금해서, 연구 보조나 대학원생 선배들의 실험을 많이 쫓아다녔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최신 장비였던 fMRI에 들어가서 뇌도 찍어보고(대조군 피험자), 정신과 입원 병동에서 조현병 환자들에게 검사도 해보고, 서울·경기 집집이 돌아다니며 아동 발달 검사하고 기록도 하고, 애착 검사하고 부모-자녀 상호작용 비디오 보고 코딩하고, 설문조사 업체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길거리에서 설문도 하러 돌아다니고, 선배들이 실험한 설문 자료 코딩하고, 수업마다 심리학 실험 설계해서 진행하고 발표를 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온통 일한 이야기뿐이네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심리학이 이론으로만 끝나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학부에서의 상담 실습 등이 없었기에 직접 찾아서 신청하고, 가이드 없이 혼자 뛰어다니니 좌충우돌이 많았지요. 그래서 우리 대학의 체계적 실습 체계가 정말 훌륭하다고 자부한답니다.

Q6. 스무 살의 교수님이 겪었던 가장 큰 고민이나 갈등은 무엇이었나요?

딱 스무 살 때의 고민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대학생 때의 고민은 결국 진로와 대인관계였던 듯합니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고, 그렇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지요. 또한 친구, 선배, 후배, 애인 등등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듯해요. 전반적으로 요약하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Q7. 그럴 때, 교수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취미는 무엇이었나요?

친구들과 수다 떨기, 미국 드라마 보기, 독서, 게임 등등 여러 가지 했던 듯합니다. 떠올려보니 그나마 시간이 많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Q8. 교수님께서 현재의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전공 공부를 좋아했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원 진학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하고는 바로 취업했어요. 대기업에 취업해서 1년 정도 회사에 다녔는데, 두 가지를 깨닫게 되더군요. 1. 돈은 언제라도 벌면 된다. 학부 때는 작고 소중한 아르바이트비 받은 거 천 원 이천 원 아껴가며 살았는데, 대기업에 가니 월급은 아르바이트비에 비할 수 없이 많이 받게 되니 약간 허무하기도 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서 돈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게 벌 수 있는 돈이라면 우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그럼에도 너무 궁핍하면 그때 가서 돈을 위한 일을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2. 회사에서 보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사람들이 참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것이 안타까웠고, 처음에는 조직 심리를 전공해서 기업이나 조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여러분을 만나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사실 처음에는 조직 심리를 전공하려고 했는데, 대학원 지원까지 시간이 남아서 학생상담센터에서 조교로 근무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저를 상담 전공으로 이끌어 주신 선배를 만나면서, 석사와 박사에서 현재 전공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바지하고 싶은 삶은 ‘조직’ 자체보다 ‘조직에 있는 사람’이었고, 사람을 성장하고 변화시키는 데에 있어 상담이 가진 힘은 강력하니까요. 진로 이론가인 크롬볼츠는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는데요, 인생에서 펼쳐진 우연들이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필연처럼 진로를 형성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지요. 제가 심리학과 상담을 전공하며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도 계획된 우연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Q9. 마지막으로 우리 차 의과학대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정말 높은 잠재력과 역량을 가진 학생들입니다. 매년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훌륭하다고?’라며 놀라고 또 놀라네요. 교수가 보증하는 훌륭한 학생들이니, 여러분들도 조금 더 자신을 믿고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차 의과학대학교 청춘들의 인생 멘토가 되어 주신 심리학 전공 김하나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살아보니 인생에 어려운 시기가 없을 수 없고, 넘어져도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는 김하나 교수님의 말씀은 불안의 시기를 지나는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실패해도 인생은 별로 망하지 않으며, 사람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교수님의 확신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학생들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이번 인터뷰가 차 의과학대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나는 조각들을 맞춰 나가는 데 작은 용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취재 : 학생기자 손민지, 김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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