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겨울방학이 궁금해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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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심리학과 김하나 교수님을 만나다!

김하나 교수님(융합과학대학 상담심리학과)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오랜 기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사제 간 안부를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교수님은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 차러브레터가 상담심리학과 김하나 교수님을 인터뷰해보았다.

김하나 교수님(융합과학대학 상담심리학과)

Q. 교수님께서는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가요?

A. 이번 방학은 여러 가지 결과 보고와 행정 처리를 하면서 2021학년도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2학년도를 준비하면서 바쁘게 보냈습니다. 특히 학과장으로서 상담심리학과의 교육과정 수립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는 중이라 학기 중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학기 중보다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가족들, 특히 아이하고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도 학생들처럼 방학이 기다려지시는지 궁금합니다. 겨울방학에만 하는 특별한 활동이나 일정이 있으신지요?

A. 개인적으로 교수가 되어서 방학이 더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벌써 21년째 ‘방학’을 기다리고 있네요. (웃음) 우리 아이가 아직 어린데요. 학기 중에는 너무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해서 항상 아쉽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방학 기간에는 최대한 시간을 내서 아이와 자전거도 타러 가고, 박물관 견학이나 공연도 보러 가면서 함께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이번 신학기에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라서 반 배정이나 커리큘럼 등 아이의 원활한 적응에 도움을 주고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대학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교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일화가 있으시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A. 대학생 시기는 학업, 진로, 교우관계, 이성 관계, 사회 경험 등 중요한 발달 과업이 많은 시기이지요. 대학 생활을 하며 공부도 하고, 진로도 준비하고, 친구들 놀기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와 연애까지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느라 항상 마음이 바쁘고 분주했었어요. 그래도 시간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았던 듯해요. 방학에는 빈둥거리며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X파일’ 이나 ‘프렌즈’ 같은 좋아했던 미드(미국드라마)도 많이 봤던 듯하네요. 교수님들의 연구에 연구 보조나 피험자로도 참여해보고, 학기 중에는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면서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친구들과의 소소한 추억이에요. 친구들과 교내 잔디밭에 모여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하고, 도서관 앞에서 치킨도 시켜 먹고,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서 같이 밤새워서 공부하고 다음 날 시험이 끝나면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하고. 바쁜 와중에 알차게 놀았네요. (웃음) 얼마 전에 우리 학생들도 수강신청 기간이었지요? ‘남들보다 빠르게, 빛보다도 빠르게’ (웃음) 요즘에도 수강 신청이 아주 치열하다고 들었어요. 제가 대학생이었던 때에는 교내 컴퓨터를 사용해야 수강신청이 빨리 되었어요. 수강신청 전날 중앙 전산원 앞에서 친구들과 밤 새워 줄을 서고, 다음날 아침에 수강신청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에 남는 수업 일화로는 불어 교양을 들었는데요, 교수님께서 보졸레 누보 와인의 전통을 설명하시면서(11월에 그 해에 수확한 햇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마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마시는 프랑스 전통) 직접 준비해온 와인을 수강생들과 나누어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온통 먹고 마신 기억인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런 게 제일 재밌었네요. 우리 학생들, 특히 코로나 학번 학생들도 이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Q. 신학기를 앞둔 겨울방학은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심리학과에 진학하시고 상담학을 전공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앞서 학창 시절에 미드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심리학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X파일’의 주인공 멀더 요원이 ‘옥스퍼드 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는 설정 덕분이었어요. (웃음) 계기야 어쨌든, 실제로 학부에 진학해서 전공 공부를 하니 정말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교수님이나 선배들 연구실에서 연구보조 아르바이트나 피험자, 검사자 경험을 해보는 등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활동들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졸업 후에 빨리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은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은 학부 졸업 후 대졸 공채로 들어가 직장생활을 했는데, 막상 돈을 벌어도 즐겁지는 않더라구요. 대학생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월급을 받았지만, 야근이 너무 많다 보니 제대로 돈을 쓸 시간조차 없었구요. 오히려 제가 원하는 인생은 ‘학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돈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벌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대학원에 가서 내가 원하는 삶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직장인들의 삶을 보면서 조직 심리학을 전공하고자 했었는데, 석사 진학 전에 우연히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학사 조교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 곳에서 상담이라는 분야를 더 깊이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성장지향적이고 예방초점적인 관점의 교육 상담 분야를 새롭게 접하면서 상담학에 발을 들이게 되었네요. 저는 처음부터 상담을 전공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기보다, 진로를 찾아나가는 과정과 경험에서 상담 분야를 만나게 되었지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첫 단추가 마음에 안들면 다시 끼우면 됩니다. 처음에 좋은 선택을 해야 앞으로의 성공이 보장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진로 결정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단 한 번도 경로와 목적지를 바꾸지 않는 인생은 드뭅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고, 조교 생활을 하며 새롭게 상담 분야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상담학을 전공한 것처럼요.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선택한 모든 과정은 어떤 계기가 되기도 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에 그 경험들을 ‘내가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이지, 삶에서 잘못된 선택과 필요 없는 과정이란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은 길고, 절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실패한 선택이란 없거든요. 인생의 경로를 바꾸어 돌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고 편한 과정이 아닐 수는 있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이란 없으니 언제든지 방향을 전환해도 괜찮아요. ‘생각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첫 결정의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느 길이든 발걸음을 떼서 마음껏 경험하고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경험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성장의 계기이자 도전의 기회가 될 테니까요.

Q. 평소 학생들을 지도하시며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우리 학생들 모두 성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을 잘 준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도’라는 표현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교수로서 학생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학생들의 도움 요청에 최선을 다해 조력하는 것, 학생 개개인에게 잠재된 능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교수로서의 제 목표이자 역할인 것 같아요.

Q. 그동안 강의를 하시면서 봐오신 우리 대학 학생들의 모습은 어떠셨나요? 인상 깊었던 활동이나 기억에 남는 학생들과의 일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그동안 융합 전공 수업과 2020년도 프시케 활동(상담심리학과 학술동아리) 등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역량이 정말 탁월하다는 것을 보았어요. 학생 스스로 연구 문제를 기획하고, 다양한 시도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고, 끝까지 정진해서 결국에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눈에 보이는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진로를 고민하던 학생들이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워 대담하게 나아가는 모습이나, 여러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말 많이 느껴요. 교육학이나 발달심리학에서 비계(飛階, scaffolding)라는 개념이 있지요. 우리 학생들에게도 적절한 비계가 제공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평소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주체성을 발휘하는 대학 생활을 강조하시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깊이 있는 자기 탐색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상담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재학생에게 대학생 시절 추천하는 활동이나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요?

A. 어떤 활동이든 시작해 보면, 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자기 탐색의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비유를 들자면, 내가 짜장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려면 짜장과 짬뽕을 먹어봐야 해요. 한 그릇을 다 먹지는 못하더라도 찍어서 간이라도 봐야 알 수 있겠지요. (웃음) 특히 대학생 때는 동아리, 대외활동, 조별 과제, 아르바이트 등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추천해요. 그래야 ‘내가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이고, 협력적인 일을 할 때는 어떤 특성이 발휘되는지’, 사회 속에서의 나의 역할과 특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거든요. 또한 교우관계, 연애 경험, 게임이나 미드 보기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도 자기 탐색의 일종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조금 더 자기 입맛에 맞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Q. 평소에 독서를 즐겨하신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인생 멘토로서 우리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A. 학기 중에는 수업 준비와 연구 활동에 관련된 전공 서적들을 꾸준히 읽습니다. 머리를 쉴 때는 김초엽 작가나 곽재식 작가와 같이 기발한 한국 작가들의 SF소설을 많이 읽고는 합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는 ‘심리치료, 그 30년 후 이야기’가 있고요.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인생 수업’과 ‘설득의 심리학’과 같은 고전도 추천해주고 싶네요.

Q. 상담을 많이 하거나 학생들을 오래 지도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소진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회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평상시에 정신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교수님만의 팁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A.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연대’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기대라는 것이지요. 심리적 소진감을 느낄 때, 연대를 통해 고립감을 해소하는 것은 회복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소진이 찾아올 때, 저 역시 연대할 대상, 쉽게 말해 함께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사람들을 찾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등등이요. 코로나 상황으로 만남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기도 하고, 심리 상담을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심리학을 공부하며 배운 인지적 훈련법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과가 무엇일까?’,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입히는가?’, ‘심리적인 외상을 입었을 때, 내가 그것을 회복할 수 없을까?’, ‘그런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고 해서 나는 실패한 사람인가?’ 이렇게 차분히 생각해보면 비합리적 신념에 의한 과도한 걱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몸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이나 집안일, 산책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면, 정돈된 마음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힘든 마음 나누기’, ‘몸을 움직이는 루틴 만들기’ 등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실천해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건강한 정신은 마법이나 기적처럼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 시기부터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자신만의 생활습관을 만들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시작된 팬데믹 상황에서는 SNS가 수단이 되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환경에 쉽게 노출되는 것 같아요. SNS 속 세상과 현실은 완전 다른 것, 다 아시죠? 너무 SNS 속 세상을 믿지 마시고, 내 마음의 울림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만족스러운 것,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스스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Q. 신학기를 앞두고 어떤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A. 만약 이번 1학기가 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면, 수업 운영과 더불어 학생활동에도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오랜만에 맞이하는 대면 상황에 교수와 학생 모두 건강하게 잘 적응해서 원활하게 수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 19가 확산되어 대학 생활에 많은 제한과 아쉬움이 있었던 20학번 학생들이 더욱 더 알차고 재미있는 캠퍼스 라이프를 보내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차의과학대학교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환경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이 적응해서 열심히 사는 모습, 나름 의미있는 대학 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고 다행스럽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우리 재학생들 모두 정말 유능한 사람이에요. 항상 자신이 지닌 역량을 믿고 도전하시고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정말 깁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고, 현재의 모습에 비추어 ‘미래에도 절대로 무엇이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미리 예단할 필요도 없어요. ‘생각은 신중하고 무겁지만, 발걸음과 행동은 가볍게.’ 조금 더 담대한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4/5의 인생을 뚜벅뚜벅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차의과학대학교 학생들의 인생 멘토가 되어 주신 상담심리학과 김하나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인터뷰가 우리 학생들이 진정한 삶의 자세와 지혜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취재 : 학생기자 함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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