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ople] 손현순 약료정보연구원장

423

이번 주 차 러브레터의 [Cha-people]에서는 약료 정보연구원장이신 손현순원장님을 만나 약학 학문에 대한 설명 및 경기도 약사회지에 기고 중이신 기획연재에 대한 내용에 대해 들어보았다.

1.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우리 학교와 인연을 맺은 건 2014년입니다. 학교에 오기 전, 다국적 제약기업에서 품질관리, 허가등록, 안전 관리, 임상 연구 등의 실무를 통해 의약품 관련 제도의 이행 과정을 경험하였고, 이후 숙명여대 의약정보연구소에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공단의 의약품 관련 정책 연구들을 수행하면서 국가 차원에서의 보건 의료 전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당시부터 오랜 시간 동안 겪어 온 현장 경험들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는 제가 지금 우리 대학에서 사회약학 전공분야 교과목을 강의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데 탄탄한 밑거름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사회약학이라는 학문 분야는 국민들의 건강보장을 위해 갖춰진 의료체계 내에서, 중요 구성 요소인 약사가 의약품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최대화할 수 있을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야입니다. 의약품은 자연과학의 산물이지만 인간 사회의 구조 속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인문학적 및 사회과학적 관점에서의 이해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약학으로 나아갈 근거와 실행력을 담론으로 삼기에 사회약학적 접근은 첨단과학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주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접근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 의약품 정책과 보건 의료제도의 방향과 내용, 그리고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약사 역할의 방향과 내용 등입니다.

2. 약학이라는 학문은 어떠한 학문인가요?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대개 ‘약학’이라고 하면 첨단과학의 한 분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신약개발 관점에서 보면 맞는 얘기입니다. 약대에 입학할 때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갖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약학은 의약품 개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안전하고 우수한 효과를 가지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고, 개발되고 생산된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지속 가능한 사회제도적 틀 안에서 형평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의약품이 적절히 분배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생명약학, 약과학, 산업약학, 임상약학, 사회약학 등 세부전공들로 나누어지고 이것들이 모두 다 약학이라는 학문의 울타리 안에 있답니다.

한편, 약사가 되는 약학대학의 교육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약사라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이어서 국가고시를 치른 뒤에야 약사 면허증을 얻게 됩니다. 약사 면허증은 본디 환자에게 의약품 관련 서비스를 하는 임상실무에 필요한 자격증입니다. 이에 신약 개발을 꿈꾸던 학생들이 약사 면허증을 받고 나서 약국에서 환자를 대하는 약사로 살아가는 것으로 꿈을 바꾸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요.

한 예로 4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었던 라니티딘(잔탁Ⓡ)이 최근 발암 위험성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약은 언제든 독이 될 수 있고 아주 잘 사용될 때만 약이 되기 때문에 약을 사용하는 현장에서 약사의 전문 지식과 기술은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임상약사는 가장 현실감 있는 직능이기도 하답니다.

3. 경기도약사회지에 기획연재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기고하셨나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약학대학 학생들의 현장 실무, 실습교육이나 임상 약학대학원의 평생교육 측면에서 경기도 약사회와 우리 학교는 상호 협업이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약사회지에 최근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 시대에서 약사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기고문을 썼습니다.

감염병과 함께 해왔다고 볼 수 있는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지금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는 팬데믹 감염병이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있으니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를 이해하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공생 가능한 방향으로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가는 실천이 절실하다는 점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과학의 영역에서 모두 다뤄질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우리가 배워온 생의학적 모델에 기반한 감염병 치료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 더하여, 질병의 발생과 확산 과정에 우리가 만든 공동체 모습, 우리의 생활양식, 자연 생태계와의 관계 등 사회환경적 요소들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말하였습니다.

즉 건강과 질병에 대하여 과학적, 기계적 관점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론이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치료제나 백신 개발만이 미래의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충분조건이 아님을 인식하면서 약사 역할 또한 재조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기도 했습니다.

국가가 부여한 약사 면허증에 내재된 사회적 책무 이행에 대한 요구를 고려한다면 공중보건 측면에서 약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전 국민의 건강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약국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동참할 수 있고, 지역주민에게 정확한 보건교육과 여행자의 감염병 관련한 상담도 가능하며, 코로나 상황에서 마스크 공적 판매처 역할을 한 것과 같이, 감염병 확산 방지용 물품에 대한 공급망 역할도 수행 가능합니다. 요약하면, 지금까지는 약국 내에서 처방약을 조제하는 업무에 머물러 있던 약사들이 이제는 약국 바깥의 세상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역주민 가까이에서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4. 우리 대학에서의 강의 외에도 대한약사회 사이버연수원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대외활동을 하시나요?

약사는 평생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약사직능의 공식 단체인 대한 약사회는 현직 약사들의 연수교육을 주관하여 시행합니다. 약사 면허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자기개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의 범위와 내용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연수교육이 필요해지면서 이번에 사이버연수원을 개원했고 연수교육 커리큘럼 중 [약사와 면허] 관련 강의를 제가 맡았습니다.

여기에서는 약사라는 직업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려면 약사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할 전문가적 실력과 더불어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는 데 필수적인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에는 사이버교육 말고도 약사 대상 오프라인 교육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약사들이기 때문에 결국 현직 약사에 대한 교육은 대학교육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학교에서 강조하는 철학이 실제 약사 직능 현장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우리 학생들이 좋은 약사 선배로부터 보고 배우면 좋은 후배 약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편 저는 대외활동도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한국 보건 사회 약료경영 학회와 한국약사 커뮤니케이션학회 임원으로, 약학교육 협의회 약무정책 위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약학전문위원으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약품 사용 평가(DUR) 분과 위원으로, 서울시 보건정책 연구 자문 위원으로, 마약퇴치 연구소 운영위원으로, 포천시 의약품 구매 심의 위원으로 활동합니다. 약대 학생들과 함께 포천시 거주다문화인 의료봉사활동도 3년 동안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 약사회 신문인 약사공론에 5년 동안 꾸준히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주로 교육자로서의 철학, 학생과의 소통, 교육의 방향성, 공동체에서의 인간성 회복, 약사의 전문가 다움 등 희망과 긍정을 담은 글을 씁니다.

5.우리 대학의 의과학 인재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의과학자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은 끝없는 욕망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마음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약사도 약사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약사가 된다는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전문가라는 허울을 쓰고 별로 선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했으면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엄격한 자기 성찰이 작동되어야 하니까요.

학생들이 그런 삶의 태도를 배워나가려면,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교육현장에 있는 교육자들 또한 화려한 수사로 전문지식과 기술만 힘주어 강조하기보다는 스스로 언행일치하고 따뜻한 손길을 직접 느끼게 해 주며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생 선배가 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구성원들이 있는 캠퍼스에서 우리 학생들이 잘 성장해서 미래에 우리보다 더 나은 선배가 되어 준다면, 이 땅의 내일도 오월의 신록처럼 아름답고 풍성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 CHA University – 상업적 무단전재ㆍ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