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웨키(antwacky)는 구식, 구세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지칭하는 영국 리버풀 방언으로 최근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2011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복구 사업에 로봇 투입을 결정했고, 혼다의 아시모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정작 폐허 속을 누비며 복구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미국 아이로봇의 ‘팩봇(PackBot)’과 ‘워리어(Warrior)’였다.
지진 피해지역 아이들 앞에서 위로 공연을 펼치는 데 그친 아시모를 두고 고이케 유리코 전 일본 방위상은 “‘로봇 대국’ 일본에 정작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할 로봇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충격이다”라고 한탄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발표한 혼다가 관련 개발을 전면 중단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2000년 공식 발표 당시 자연스러운 이족보행과 계단 오르내리기, 물건을 쥐고 물을 따르는 기능을 선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아시모는 2년 뒤 도쿄 과학미래관에 안내원으로 취업했는가 하면 다카시야마 백화점 수습사원으로도 채용돼 능숙하게 접객을 담당하며 ‘인간을 돕는 로봇’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아시모’는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2,000억 원 가까운 개발비용이 투입됐음에도 접객 기능 외에 활용이 떨어지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등 뛰어난 경쟁 로봇들이 등장해 위기를 맞은 끝에 혼다는 연구개발팀을 해체하고 보다 실용적 로봇 개발에 전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시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이족보행을 비롯한 로봇의 다양한 기능은 훨씬 더 늦게 개발됐을지 모를 일이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로봇의 마지막에 쉽사리 ‘구식’이란 말을 붙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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