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가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액면가는 화폐에 적힌 금액이다. 단위는 작아지지만 화폐의 가치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6,000원인 커피 가격은 6으로 표시한다.
화폐를 표시하는 숫자가 적어지면 계산과 거래가 쉬워진다. 화폐 자릿수가 많으면 일단 계산이 불편하다. 돈을 지불할 때 잔돈도 많이 나온다. 화폐 단위에서 0을 빼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리디노미네이션이다.
우리나라의 리디노미네이션은 과거 두 차례 있었다. 정부는 1953년 6·25전쟁 직후 물가가 급등하자 100원을 1환으로 바꿨다. 1962년에는 군부정권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10환을 지금의 1원으로 변경했다.
이번에 다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 총재는 3월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그야말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 토론회 준비 자료를 통해 ▲화폐 기본단위 구매력 회복 ▲경제·금융거래 규모 확대에 따른 불편 해소 ▲기장, 계산·지급의 편의성 제고 ▲대외적 위상 제고 등을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요국 통화에 대한 환율을 한 자릿수로 조정해 ▲상호 비교를 편리하게 한다는 점 ▲내수 진작 ▲지하자금 양성화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새로운 지폐와 동전을 찍어야 한다. 국민이 익명으로 구권과의 교환을 요청하면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 상품가격 이중표시제 시행에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교체를 비롯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결제 시스템의 수정·변경과 관련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화폐 단위를 절사(切捨)하고 실물 선호를 높여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할 시기에 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총 금융자산은 1경 7,148조 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액·외환보유액은 세계 8위다. 하지만 원화 거래 단위는 달러화의 1,000분의 1 수준이어서 국제 위상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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