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위염과 십이지장염 환자의 수는 529만 명에 이릅니다.
오늘은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 뿐 아니라 위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해 알아볼게요.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5%, 위궤양 환자의 70%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검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나선형의 몸체와 4~8개의 긴 편모를 갖고 있는 세균으로 위 내의 점액층에 헤엄치듯이 운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정상인의 위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만성위염, 위, 십이지장궤양, 위암, 위림프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5% 이상과 위궤양 환자의 70%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검출되고 있는데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암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1994년 세계보건기구회의에서는 헬리코박터가 발암인자로 인정되기도 했지요.
술잔 돌리지 마세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위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됩니다. 전염 경로는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한 ‘분변-경구감염’, ‘경구-경구 감염’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적 접촉에 의한 감염은 없으며 집단 생활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률이 높습니다. 가족끼리 감염되는 경우도 많아, 어린이는 주로 감염된 어른에게서 전염됩니다. 또한 물이나 채소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깨끗한 물을 마시고 채소를 잘 씻어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술잔을 돌리거나 찌개처럼 여러 명이 한 그릇의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가 많고, 간혹 어른이 음식을 씹어서 아기의 입을 넣어주는 일도 있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감염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습니다.
위암까지 발병시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된 경우, 대부분은 위전정부에 위염이 생기는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을 치료하면 위염이 치료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면 조직의 점막은 급성 위염 소견을 보이다가 점차 만성 위염으로 변화하고 위점막이 위축되는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됩니다. 위축성 위염은 치료하지 않고 수 시간이 지나면 위 점막이 장 점막으로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액층이 계속해서 손상되고 세포 증식의 증가로 위암까지 발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점막이 자극되어 국소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 정상인에는 없는 림프조직이 발생, 림프종의 발병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경구 복용약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사멸
궤양을 치료하는 약제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사멸시키는 항생제를 섞어서 1~2주간 복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제거할 수 있고 위 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의 재발률도 뚜렷하게 감소합니다. 치료 종료 4주 후에 세균의 박멸 여부를 검사하는데 요소 호기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약을 복용하면 90~95%는 치료되지만 만약 감염되어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투여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다면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치료 후에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 요소 호기검사: 간단하게 튜브를 통해 숨을 내쉬게 하여 내쉰 공기를 모은 후 검사하는 방법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위 궤양·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경우나 툭발성 혈소판 감소증 환자, 위암 치료를 받았던 환자, 위 림프종 환자들은 꼭 치료받아야 합니다. 또한 심한 위염 환자나 소화불량 환자에서도 환자와 상의하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참고 :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홍성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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