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만큼 무서운 질환이 바로 ‘패혈증’입니다.
전신에 염증 반응을 유발해 장기를 손상시키는 패혈증은 염증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항생제 투여가 치료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데요. 하지만 치료제를 찾는 데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제때 치료 받지 못해 한 달 내 사망률이 무려 30%에 이른다고 합니다. 차 의과학대학교 미생물교실 연구팀은 국내 연구단과 공동 연구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료제 발굴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면역 체계의 과잉반응이 원인
패혈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 질환입니다. 신체가 체내에 침입한 균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100% 가동해 나타나는 과잉 반응의 결과인데요. 발열, 기침, 호흡 과다, 맥박수 증가, 피로감, 구토 등의 증상 이 나타나다가 콩팥, 간, 장기에 기능부전을 일으킵니다.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했을 때 감염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패혈증은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뿐 아니라 감염균에 상처 부위가 닿았거나,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서 감염되는 등 여러 경로로 발생합니다. 최근 인천에서 마늘주사로 불리는 수액을 맞은 60대 여성이 ‘세균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경우처럼 병원 내 감염에 의한 패혈증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감염 부위 찾아 빠른 항생제 투여가 관건
패혈증은 한 달 내 사망률이 30%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보다 높습니다. 암이나 당뇨처럼 오랫동안 질환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메르스처럼 갑자기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죠. 매년 전 세계의 600만 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아스트라 제네카(Astra Zeneca)와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치료율이 낮거나 부작용이 발생해 포기한 바 있지요.
패혈증 치료는 염증 반응의 원인이 되는 장기를 찾고, 이에 맞는 항생제를 최대한 빠르게 투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패혈증의 원인균을 찾는 세균 배양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 정도 걸리고 그 사이 환자의 증세는 갑작스럽게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패혈증 치사율이 높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패혈증 치료 물질 찾는 빅데이터
차 의과학대학교 미생물교실 연구진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약개발지원센터의 R&D 지원사업 일환으로 패혈증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연구 중 발견한 화합물이 패혈증 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는데요. 연구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인 ‘빅데이터(Big data)’와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이 활용되며 함께 주목받았습니다.
다양한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 내 존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효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약물을 선정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인데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별한 CGP-60474라는 화합물이 염증 자극이나 세균 감염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전사 인자인 NF-KB(Nuclear Factor-KappB)의 신호 전달을 막아 대식세포(Macrophage,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동물 모델에서 CGP-60474를 투여받은 그룹의 생존율이 투여받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40% 높다는 결과를 얻었지요.
연구진은 CGP-60474의 패혈증 세포 및 동물 치료 효능을 확인함으로써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후보 물질을 제시했는데요.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해 단기간 내 약물을 발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후보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5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연구에서는 1년 6개월 만에 성과를 도출했으니 말이죠. 해당 연구 성과는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학회지인 ‘Scientific reports’ 10월 8일 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답니다.
본 연구에는 기존에 개발된 약물 중 패혈증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발굴하는 신약재창출 기법이 활용되었습니다. 동물실험 수요 감소, 연구 비용 절감 등의 외부 상황에서 효율적인 약물 발굴 플랫폼을 구축했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뇌졸중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향후 수년 이내에 개발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임상 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차 의과학대학교 미생물교실 유종만 교수
[참고 : 차병원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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