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 권수민 기자의 선택 – 강세형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책 머리글에서 강세형 작가는 말했다. “그가 정말 느린 사람이든, 아니면 한순간 불현듯 내가 참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 쓸쓸해진 누군가에게, 나는 느리지만 사실 ‘나만’ 느린 것은 아니라는, 그리고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를, 이렇게 이 책이 그들에게 반가움과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랐다.”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세상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그렇게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달려온 우리에게 보내는 저자의 담담한 위안과 희망 같은 이야기이다. 때로는 어리숙하고 때로는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전혀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싶어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 내내 숨이 차고 어지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린 가슴 먹먹한 순간들과 그 안에서 보듬고 위로하며 사랑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사랑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그런 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런 날.” p.140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음에야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깨닫고, 지긋지긋하게만 생각했던 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 나온 다음에야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깨닫는다. 우리는 스스로가 참 어리석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우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던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책의 저자는 실제로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말해주며, 우리가 언젠가 지금 이 사랑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임을 위로한다.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닐까? 나 자신에 대한 실망.”
가끔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단순히 육체의 늙음 때문이 아닌 마음이 늙을까 봐, 지금의 자신이 변할까 봐라고 설명한다. 지금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잃게 혹은 잊게 되는 모습이 두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을 거야 했던 그 누군가의 모습으로 우리가 되어 있을까 봐. 하지만 저자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가 10년, 20년 후에도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에도 나 자신을, 그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이기를 바란다며 힘을 보탠다.
이 책은 늘 초조해하는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같은 선에서 출발했을지라도 나만 남들보다 매번 뒤처지고, 초조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정답이란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며 어떠한 한 가지만이 정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모든 시행착오가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느린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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