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 예민성
▪함지윤 기자의 선택 –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나는 왜 이렇게 감각이 예민할까?’,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까?’… 이 모든 것의 키워드는 ‘예민성’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까?’… 이 모든 것의 키워드는 ‘예민성’이다.
그동안 예민함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들은 예민함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에 불과하였다. 이 책의 저자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전홍진 교수 역시 기질적 예민성과 외상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예민성에 대해 소개하며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에 공감한다.
이 책이 예민성을 주제로 한 여느 책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본 책은 정신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오랜 세월 우울증 환자 집단을 치료하고 연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삶 속에서 스치듯 만났을 누군가와 유명인의 실례를 들어, ‘예민성의 방향을 바꾸면 성공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예민성에 압도되지 않고, 이를 관리하며 살아가도록 유용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너무도 예민한 나를,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던 독자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균형적 예민성의 창조성 p.39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예민함이 심해지면 긴장, 걱정, 불면에 이어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뇌의 균형을 찾고 항상성을 잘 유지하면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결국 타고난 예민성을 잘 조절해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무줄도 당기기만 하면 끊어지듯이 너무 팽팽해지기 전에 느슨하게 놓아주기도 해야 한다.
기질적 예민성으로 불편감을 느끼거나 트라우마로 유발된 지나친 예민성의 소유자들은 자신의 예민성이 하고자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어 생산성을 저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민성과 우울증을 삶의 동반자로 다루었던 윈스턴 처칠의 일화(책의 중반주 中)처럼 예민성과 우을감이 오히려 한 사람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자신이 예민해서 성공할 수 없고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예민성의 예리함과 깊이 있는 통찰력, 창의성, 이타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떨까.
뇌의 가소성이 주는 안정 p.48 (미숙씨의 사례)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는 평생에 걸쳐 예민성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물론 어릴 때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까닭은 없다. 우리 뇌는 현재의 좋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다. 다만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과 일을 찾는 충분한 시간 및 노력이 요구된다. 자신이 찾은 직업이나 배우자, 이성 친구, 좋아하는 책, 혹은 치료하는 의사가 이런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에게 치료적 개입을 하는 한 TV 프로그램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뿐만 아니라 20, 30대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유인즉슨, 상담적 개입을 받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올바른 양육을 하고자 새롭게 도약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그들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받는 것 같다고 하였다. 완벽한 사람도 없듯이, 완벽한 부모도 없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 또는 의미 있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와 좌절감을 경험하곤 한다.
‘나는 어린 시절 불우하고 화목하지 못한 부모,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유함과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누구만큼 행복할 수 없어.’ 이러한 결정론적인 생각에 빠져 과거로부터 현실을 구제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안도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에게 과거의 상처가 있듯, 모든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새로운 행복을 실현해 나갈 능력, ‘뇌의 가소성’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즐김의 자세 (타이거 우즈의 입스 사례)
입스는 실패에 대한 불안과 관련이 있다. 결국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편안하게 임해야 한다. …중략… 결국 실패에 대한 불안을 줄이려면 평소 자신의 긴장을 증가시킬 만한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불안이 자신의 일에도 영향을 주는데, 예민한 사람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해도 다음에 타석에 서거나 퍼팅을 할 때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마음의 훈련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자신이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예민성이 높은 사람들은 작은 디테일에 민감하기 때문에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오히려 지나친 긴장을 유발하여 그가 하는 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성취도 저하시킨다.
필자 역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성취를 위해 오랜 시간 착실히 준비한 모든 과정을 잊을 때가 종종 있다. 최선을 다했던 지난 과정에 대한 불신과 완벽에 대한 갈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이미 답은 모두 내 안에 있으니,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삶을 살아가며 내 안의 답을 발휘할 때, 성과를 초월해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진정한 프로의 면모가 부상하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 p.198 (은선씨의 사례)
자신을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능력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는 다양한 개성과 성격을 가진 모든 이들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 한두 명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기 마련이니, 이들 때문에 괴로움을 겪을 것입니다. 즉,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타인의 미움과 불편을 견디지 못하여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 자리를 다시금 회복하기 위해 나를 우선하는 따듯한 존중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타성과 행복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선한 이기주의(利己主義)의 조화로 삶을 살아간다면, 예민성을 삶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아들러의 명언이 있다.
“인간의 가장 놀라운 특성의 한 가지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이다.”
– Alfred Adler –
이 말의 의미처럼 자신의 예민성을 열등의 요소로 인식하여 문제시하지 말고, 예민성을 삶의 가치를 실현해나가기 위한 성장지향적 행위의 동력으로 삼으면 어떨까?
삶의 장애물이 아닌, 삶의 동력으로서 예민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취재 : 학생기자 함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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