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그동안 신약 개발 시 너무나 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습니다.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이러한 실패율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고성호 교수가 휴먼에이스 CEO 인사말에서 전한 문장이다. 미국 FDA 보고에 따르면, 동물실험은 임상실험 결과와 불일치율이 92%로 매우 높다. 또한 윤리적 문제로 동물실험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인간 장기의 기능과 반응을 작은 칩 위에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인 ‘생체모사칩’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차 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고성호 교수는 동물실험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기업 ‘휴먼에이스’를 창업했다. 휴먼에이스는 △심장 △간 △뇌 △장 등 다양한 생체모사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장기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휴먼모사칩’을 개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차러브레터는 휴먼에이스의 대표이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고성호 교수를 만나 연구 이야기와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Q1. 교수님께서 ‘생체모사칩’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와 ‘휴먼에이스’라는 회사 창업을 결심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FDA를 비롯한 기관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점차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15년 전부터 예측했고, 새로운 기술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당시 전공은 바이오센서로,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그 연구보다는 신약 개발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 문제의 핵심이 바로 ‘동물실험’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생체모사칩’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생체모사칩이 떠오르는 초기 단계였고, 앞으로 미래의 신약 개발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고, 15년 동안 꾸준히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당시 동료 교수님들은 “칩이 어떻게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저는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최근 미국 FDA가 생체모사칩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제를 바꾸면서, 저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논문만 쓰는 연구자가 아니라, 실제 신약 개발 현장에서 제 기술을 활용하고, 신약이 개발되어 인류 건강과 생명 연장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신약 개발 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와 조직을 기반으로, 인체 장기를 모사하는 칩을 개발하는 회사인 ‘휴먼에이스’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창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학생 장학금 지원이나 졸업생 취업 지원 등 다양한 목적과 비전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Q2. 현재 개발된 장기모사칩들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요?
현재 개발된 장기모사칩은 질병 모델링과 신약 효능 평가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레인칩은 알츠하이머 질병 모델링, 심장칩은 부정맥 질병 모델링, 간칩은 지방간염에서 간경화, 간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 모델링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질병 모델을 통해 신약 후보가 나왔을 때, 해당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효능을 평가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 맞춤형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췌장암 환자의 암세포를 받아 칩에서 키워 여러 항암제 중 어떤 약물이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밀의학’이라고 합니다. 어떤 약이 친구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의 유전자도 다르지만 사람끼리도 유전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모사칩을 활용하면 각 개인의 유전자에 맞춘 맞춤형 신약 개발이 가능합니다.
미래에는 반드시 개인의 유전자에 맞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고, 저는 생체모방칩을 만들어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Q3. 1개의 장기를 모방한 칩이 아닌, 장기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휴먼모사칩’을 최종 목표로 하고 계신데요, 휴먼 모사칩이 개발된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생체모사칩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근데 만약 장기들이 서로 연결된 휴먼모사칩이 개발된다면,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임상시험 단계 중 최소 1상과 2상을 사람 없이도 휴먼모사칩에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동물실험을 넘어 임상 초기 단계까지도 칩을 활용해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Q4. ‘휴먼모사칩’ 개발이 현재 연구 단계에서는 어떤 한계점이 있나요?
생체모사칩은 간세포, 혈관세포, 섬유아세포처럼 서로 다른 세포들을 공동 배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동 배양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각각의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과 환경, 즉 배지 조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칩 안에서는 배지가 하나만 흘러가기 때문에, 여러 세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배지 조성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각 장기별로 배지를 분리해 흘러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 배지는 간으로만, 다른 배지는 심장으로만 흘러가도록 분리해 공급하는 것이죠. 동시에 장기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분리되어 배지가 공급되더라도 결국은 다시 연결되도록 하는 복잡한 과정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배지 조성과 장기 간 흐름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현재 ‘휴먼모사칩’ 개발의 가장 큰 한계점이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아직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5. 생체모사칩 연구에 가장 적합한 학생은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일까요?
생체모사칩은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연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융합 연구를 하고 싶다는 욕심과 호기심을 가진 학생이 가장 적합합니다. 실제로 제 연구실에는 생명과학 전공뿐만 아니라 전자공학 등 다양한 전공 출신 학생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부 때는 특정 한 분야만 깊게 파기보다는 다양한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학문적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융합 연구를 하다 보니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나오는 것이죠.
이 분야는 공부량이 많고 진입장벽이 높은 연구라서 억지로 하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연구한다면, 그것이 곧 자기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되죠. 정리하자면, 융합 학문에 엄청난 호기심을 바탕으로 공부를 즐길 줄 아는 학생이 생체모사칩 연구에 가장 잘 맞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학생들이 공부를 단순히 시험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호기심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깨닫게 되고, 그것이 더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바다를 해변가에서 보면 잔잔하고 멋있지만, 실제로 바다에 뛰어들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듯이,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그 깨달음이 평생 학습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라.” “한쪽 시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융합적으로 바라보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고성호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생체모사칩에서 더 나아가 장기들이 모두 연결된 휴먼모사칩이 개발되었을 때,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변화를 전하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가 융합 연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두려워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취재 : 학생기자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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